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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 키노코에게 ‘게임 라이터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라고 말하게 한 젊은 크리에이터가 LoL과 공각기동대에서부터 최고의 인디 게임을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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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ABI(산나비)』. 2023년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국내 인디게임 중 하나.

미려하고 섬세한 픽셀 아트의 애니메이션, 도전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중후한 음악, 그리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감동적인 스토리…모든 측면에서 갈고 닦은 이 작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는 나스키노코 씨의 극찬이 기억에 생생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건 개발 멤버였다.
절반을 차지하는 음악 담당을 제외하면 단 6명. 거기다가 메인 스태프의 대부분이 20대.
개발 경험도 적을, 무명의 팀이 어떻게 대기업 못지않은 세련함과 매력을 실현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에 접근하기 위해서 Indie Intelligence Network(IIN) 취재팀은 현지 인터뷰를 감행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성남시 판교의 한 시설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세련된 분위기를 가진 호감형 청년.
그가 바로 『SANABI』 개발사인 ‘WONDER POTION’의 대표이자, 본작의 디렉터도 맡았던 유승현 씨다.

이번에는 “유승현 씨에게서 군 복무 시절 게임 개발에 깨친 유 씨의 어릴 적 체험”, “감동과 경악이 연속되는 『SANABI』 연출과 이야기의 진상”, “29세 유 씨조차 최연장자라는 한국 인디게임 개발 씬의 충격” 등 『SANABI』 와 그것을 만들어낸 토양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본기획은 『NEEDY GIRL OVERDOSE』 『Touhou Luna Nights』 등을 프로듀싱한 인디 게임 레이블 「WSS playground」대표의 사이토우 다이치가, note에서 1,500명의 구독자를 모은 게임 비평 매체 「게임 세미나」를 주최하는 Jini와 함께, 인디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되는 지견=Intelligence를 획득하기 위해 100% 포켓 머니로 세계 각지를 취재해 도는, 차세대의 게임 저널리즘 「Indie Intelligence Network」의 일부입니다.

기사는 여기 ‘전패미니코게이머 (전격 + 패미통/파미쯔 + 니코니코 + 4Gamer)’ 외에 영어, 중국어 매체에도 동시 번역되어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하 내용에는 ‘SANABI’의 결말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획, 편집, 듣는이/Jini
듣는이/사이토우 다이치
집필/치바 슈우
촬영/이요다 아키히코
한국어 번역 / 아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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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유승현 님, 오른쪽: 사이토우 다이치)

젊은 게임 디렉터의 초상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유승현(이하 유 씨):
유승현이라고 합니다. 개발사 WONDER POTION 의 대표로, 『SANABI』 에서는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사이토우 다이치(이하 사이토우):
상상했던 것보다 젊은 분이시네요. 실례지만, 지금 연세가 어떻게…?

유 씨:
2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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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우:
젊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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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까운 세대이지만 매우 놀랍습니다. 자, 우선은 유 씨가 게임 개발자가 되려고 했던 계기를 알려주세요.

유 씨:
게임 개발은 언제나 제 꿈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관자라는 조금 떨어진 입장에서 즐기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계기가 된 건 초등학생 때. 캡콤의 법정 어드벤처 게임 『역전 재판』 과 만났을 때입니다. 완전 푹 빠졌었네요. 스토리와 주인공에 깊이 몰입하는 체험을 그곳에서 처음으로 맛보았습니다. 그 세계에 언제까지나 빠져들고 싶어서 역전재판의 OST을 시도 때도 없이 듣고, 곡 제목을 다 외워버렸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이런 게임을 만드는 쪽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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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역전재판은 유명한 게임이었군요. 그런데 한국의 젊은 게이머들 중 상당수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를 거쳐가는 인상이 있는데 유 씨는 어떠셨나요?

유 씨:
물론 저도 옛날에는 『LoL』 에 열중하는 고등학생 중 한 명이었어요! 사실 꽤 좋은 데까지 가서 아마 세미프로 클래스의 실력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병역의무가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바로 군대를 가야 했어요.

──아, 한국에서는 남자에게 최장 21개월의 병역이 부과되죠.

유 씨:
저에게 있어서의 『LoL』 가 그랬던 것처럼, 틴 시대에 바쁘게 몰두해 온 공부나 놀이는, 군대에서는 일단 압수당하고 맙니다. 풀을 뜯거나 훈련 등 병영에서의 생활은 지루해서, 저는 빠져드는 대상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그러한 나날 속에서, 나는 여러 가지 사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게임 만들기였다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한번 그걸 깨닫고 나니 게임 아이디어가 새록새록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SANABI』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징병 제도가 없는 나라의 입장으로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인데, 한국에서는 병역 중에 유 씨처럼 장래의 꿈이나 추후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그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일까요?

유 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서 군대에 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매일 하는 작업도 단조롭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자기 자신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다가, 모두 장래에 생각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전 재판』 이라는 어릴 적 체험

──그런 유 씨의 “꿈”의 어릴 적 체험이 된 ‘역전재판’인데, 구체적으로 ‘역전재판’의 어떤 장면에 감명을 받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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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음……딱 하나만 골라야 된다면 쉽지가 않네요. 어렸을 때의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도 있어서, 어느 작품, 어느 씬에도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글쎄, 엔딩…일까요.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그때까지 등장한 캐릭터들이 ‘그 후’가 어떻게 됐는지를 말해주죠?

어린 저는 그걸 보고 왠지 슬퍼지더라고요.
그때까지 계속 함께 지내며 친밀한 관계였던 캐릭터들이,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그 후’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마치 멀리 이사한 친한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게임은 여러 가지 요소를 단순하게 집합한 게 아니라, 혼연히 하나로 융합되어 완성시킨 것입니다.
『역전 재판』 도 캐릭터, 아트, 사운드트랙, 장면 등 하나하나의 세련된 요소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 깊이 새겨졌습니다.

──『SANABI』 도 딱 그렇게 되어있죠. 개발 팀원 각자가 가진 개성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란 결실을 맺었고요.

유 씨:
역전재판은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받은 게임이기 때문에 공통되는 부분을 느끼셨다면 영광입니다. ‘역전재판’이외도, 그 이후에 학창 시절을 통해 여러 게임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그 안에서 만난 여러 게임에서 맛본 경험이 자신의 이상형 게임관, 나아가 『SANABI』 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역전재판 이후에 유 씨는 어떤 작품에 감명을 받았나요?

유 씨:
제의 베스트 게임은, 『Skyrim』 『Portal 2』 『Outer Wilds』 의 3 작품. 모두 플레이어에게 깊은 경험을 주는 것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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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인가요?

유 씨:
네, 경험이에요. 인디나 AAA 같은 규모에 관계없이 단순한 오락 이상의 깊은 경험을 주는 게임. 그런 것들이야말로 저는 이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경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토리도, 게임 메카닉스도 각각 중요하지만, 그것들 하나만으로는 작품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저는 옛날에 『Portal』 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 한국어 자막을 켤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제가 이해 못 하는 영어 버전으로 그대로 깨버렸습니다. 그때의 인상은 ‘재미있는 퍼즐 게임’ 정도였는데, 나중에 한국어 자막을 달고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상태로 한 번 플레이 한 바로 그때, 『Portal』이라는 게임의 매력을 깨달았습니다. 스토리와 게임 메카닉스, 어느 쪽이 빠져도 『Portal』 의 진정한 경험은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메카닉스나 스토리나 아트 등으로부터 개인적인 플레이 체험을 받아들여, 그것을 쌓아 가면서 게임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쌓아,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형성합니다. 이 개인적인 경험이야말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이토우:
네…네! 정말 그래요!

──사이토우님,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같네요.

사이토우:
저도 프로듀서로서 인디 크리에이터들에게도 ‘게임이란 익스피리언스다’라고 몇 번이나 말해왔기 때문에 굉장히 잘 이해합니다.

『NEEDY GIRL OVERDOSE』 에서도 시나리오의 냐루라씨로부터 ‘인터넷은 약물보다 기분이 째질수 있다, 오지다.’라는 발언을 끌어낼 때까지 히어링을 햇습니다. 그것을 경험시키기 위해 바로 사양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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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 주목하는 데 있어서 『Portal 2』 와 『Outer Wilds』 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Skyrim』은 조금 의외입니다.

유 씨:
아니요, 저에게 있어서 『Skyrim』 에서 맛보는 「경험」은, 그 2 작품에 필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너무 열심히 놀아서, 이미 스카이림 지방의 주민 그 자체가 되고 있었으니까요(웃음). 확실히, 『Skyrim』 의 스토리나 그래픽, 전투 시스템 등의 각 요소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각이 조합으로 놀랄 정도로 자유롭고 멋진 「경험」을 주는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덧붙여서, 저는 『Skyrim』 을 플레이할 때, 반드시 패스트 트래블을 무효로 하는 MOD를 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평범하게 노는 것보다 불편해져 버립니다만, 그만큼 말을 타고, 바람이나 경치를 느끼면서, 저 아름답게 완성된 세계를 맛보는 것이 무엇 보다의 쾌감이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휩싸이는 감각을 주는 것, 그것이 『Skyrim』 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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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er Wilds』 와 같은 인디 게임은 어떨까요?

유 씨:
네, 옛날에는 AAA 타이틀 위주로 플레이했는데, 어느 순간 『Braid』 를 만나서 이런 게임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후에는 『Portal』 이나 『Ib』, 『마녀의 집』 등의 타이틀에 접하며 점점 인디의 늪에 빠져들었습니다. 요즘 노는 게임의 대부분이 인디 게임입니다. 최근 플레이한 타이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DEATH STRANDING』 입니다. 일반적인 인디 게임보다는 규모가 큰 작품이지만 제 기준으로는 가장 ‘인디’적인 스피릿을 느끼는 게임이었습니다.

최근 AAA의 게임은 모두 비슷해져 버렸지만 인디 분야에는 아직 독특한 표현이나 강력한 경험이 남아 있습니다.

메카닉스’, ‘사이버펑크’, ‘조선시대’

──자, 드디어 『SANABI』 의 재미에 비밀을 파고들자 합니다.
먼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서 ‘로프를 이용한 액션’ 게임을 만들다. 이런 컨셉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유 씨:
저는 처음에 게임의 중심이 되는 게임 메카닉스를 정하고 나서 그 메카닉스에 맞는 주제나 스토리를 생각하는 순서로 게임을 개발합니다.

즉, 『SANABI』 에 경우는 먼저 ‘로프 액션’이라는 메카닉스로 결정하고, ‘사이버 펑크’라는 주제, 그리고 스토리를 결정해 나갔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정말 좋아했던 게임에 『Worms』 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닌자 로프’라는 아이템이 나옵니다. 사용하면 벽이나 천장에 붙어 스윙 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게임 메카닉스를 매우 좋아했고, 로프 액션만으로 완결된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로프 액션만 하는 게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프를 갖게 된다면, 주인공은 스파이더맨과 같은 초능력자나 혹은 뭔가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후자를 선택해, 무기로서도 사용할 수 있는 로프를 기계적으로 발사하는 설정으로 정하고, 그러한 기믹이 잘 맞는 장르는 뭐지…그렇지, 바로 SF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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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원래 저는 사이버 펑크 분위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영향을 받은 것은 『공각기동대』 …… 특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이노센스』 와, 카미야마 켄지 감독의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입니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이 사회나 인간성에 마자 침식하고 있는 듯한 세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습니다. 그러한 스토리나 세계관에 이끌려 사이버 펑크를 스스로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적들은 레이저나 플라스마 캐논 같은 하이테크 무기를 사용하는 반면 주인공은 오히려 로테크 한 사슬팔 무기를 메인으로 한다는 것은 대조적이었습니다.

유 씨:
그러한 시대착오는 의도적으로 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작품 중에서도 주인공의 무기는 흔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지적되고, 수리 부품도 블랙마켓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이 주인공은 고풍스러운 인간이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의 군복이 조선 시대의 구군복이다거나, SANABI는 다른 사이버펑크와 다른 한국만의 독자성이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의식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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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먼저 제가 한국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기왕이면 제가 잘 아는 광경을 기반으로 한국만의 사이버 펑크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한 가지 이유입니다.

사이버펑크 작품에서는 흔히 일본이나 중국의 도시가 이미지 소스로 잡히죠. 하지만 한국도 도시의 조금 낡은 골목에 들어가면 낡은 네온이나 조금 더러워진 빌딩, 한자와 한글이 섞인 간판 등 사이버펑크 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고, 『SANABI』 의 세계관은 거기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조선 시대적인 모티브를 선택한 것은 조선 시대이라는 단일 왕조가 500년 이상 나라를 지배했다는 세계에서도 그렇게 유례가 없는 왕조였다는 점에 입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이버펑크는 ‘자본주의가 팽창한 결과 기업이 국가를 뛰어넘는 권력을 가졌다’라는 세계관에 기반을 두죠. 그러나 『SANABI』 의 사이버 펑크는 그 반대, 즉 국가가 기업의 권력을 크게 앞지른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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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바로 『SANABI』 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 풍부한 배경을 가지면서 이야기에서는 마크로적인 점에 집중한다는, 세계관의 자세한 내용을 메모 등의 형태로 보충하는 방법도 자주 사용되지만, 본 작품은 어떤 중요한 장면에서만 그런 식으로 하고 있던 것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유 씨:
사실 팀 내부에서도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사이드 스토리나 메모를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검토도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톤이 아무래도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러한 설명 요소에 관해서도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아트,카메라워크

──『SANABI』 의 제작 프로세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흐름이었나요?

유 씨:
기본적인 순서로서는, 우선 스토리나 각본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개에 따르는 아트를 일단 임시로 그려, 게임에 구현해서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 시험해간다는 사이클이 됩니다.

하지만, 공모나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던 관계로, 「언제까지, 이 파트까지의 체험판이 필요하다」라고 갑자기 기한이 생기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모든 작업을 멈추고 체험판 제작에 일손을 집중시켰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꽤 빠듯한 일정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나 각본을 담당하신 분은요?

유 씨:
시나리오·각본은 접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각본을 기반으로 아트 담당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만……이것은 직접 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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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우:
앗! 이건 개발 자료잖아요!

일동:
정말 귀중한 자료잖아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픽셀아트나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나 멋이 일본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엔드 롤에서 아트팀으로 크레디트 되고 있는 것은 허 씨(허유지 님)와 이 씨(이수호 님)의 두 분입니다만,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셨나요?

유 씨: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을 이 씨가, 배경을 허 씨가 각각 담당했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부분은 이 씨가 굉장한 집념을 가지고 계셔서 팀에 있는 우리들조차 놀랄만한 퀄리티로 만들어졌네요.

이 멋진 픽셀 아트를 살릴 수 있도록, 저도 다양한 카메라워크의 기법을 구사해 연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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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우:
사실 저도 『SANABI』 카메라는 굉장히 효과적이라서 인상에 남았거든요. 특히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저런 카메라 워크는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Touhou Luna Nights』 등 2D 액션 게임을 많이 했습니다만, 그 카메라 워크에는 정말로 감명받았습니다. 무엇을 참고하셨을까요?

유 씨:
영화입니다. 영화는 같은 장면이라도 샷을 찍는 방법이나 컷을 하는 방법에 따라 인상이 180도 달라지죠. 제가 원래 영화 팬인 것도 있고, 그러한 영화의 방법론에 큰 영감을 받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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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우:
영화! 구체적으로 영화 카메라 워크의 어떤 부분을 참고했을까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유 씨:
하하, 특별히 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어요. 다만,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을지, 장면마다 매번 생각하고는 있었네요. 예를 들어, 쇼킹하거나 이 모셔널 한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줌 인시키고, 캐릭터와 플레이어 사이에서 감정적인 거리를 취하고 싶은 경우에는 줌아웃시키는 식입니다.

사이토우:
그렇군요. 특히 저는 후반부에 계단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에 남아 있어서요. 그건 사이드 뷰를 최대한 활용한 굉장히 효과적인 연출이었죠.

유 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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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감독관

──도시 파트에서 주인공의 버디가 되는 마리는, 스토리상 매우 중요한 캐릭터죠. 마리에 대한 애착을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지에 따라 스토리 체험의 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점을 성공시키는 것은 큰 장애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노력을 하셨을까요?

유 씨:
마리와 (주인공의) 딸이 연속된 존재인가,라는 부분을 암시시키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특히 딸의 캐릭터 설정은 중요합니다. 『SANABI』 의 주인공 동기는 살해당한 딸의 복수. 우선 플레이어는 이 딸에게 애착을 가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어린 딸의 액션이나 몸짓을 과장해서 최대한 귀엽게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 교대로 등장하는 마리에게 딸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플레이어의 애정을 이입하기 쉽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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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우:
아주 잘 이해됩니다. 저도 3살 된 딸이 있는데, 마리가 정말 귀여웠습니다! 제 딸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여기서부터는 조금 스포가 됩니다만……
어느 정도 누치가 빠른 플레이어라면 초반에 나올 몇 가지 힌트를 통해 마리와 딸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동일 인물이라고 확정되는 후반까지의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밸런스가 절묘하지요. 이 미스터리 부분은 어떻게 조정되었을까요?

유 씨:
사실, 조금 교활한 트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마리=딸’이란 걸 확신하는 것은 ‘딸이 죽은 지 10년이 지났다’라고 밝혀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그 정보를 감추었습니다. 오프닝부터 본편까지를 심리스하게 연결해, 작품 속에서 그다지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것처럼 플레이어를 착각하게 했습니다.

이 트릭은 히치콕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는 맥거핀의 개념을 응용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SANABI』 에서의 맥거핀이 무엇인지는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제가 왕창 본 한국 영화의 영향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습니다.

──ACT3의 공장 장면에서 감독관이라는 거대한 로봇이 주인공을 집요하게 쫓아옵니다. 지금까지의 적은 비교적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던 반면, 이 감독관은 절대로 무찌를 수 없는 존재로, 난도가 높은 파트입니다. 이 감독관의 존재에 대해서는 리뷰에서도 찬반양론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감독관의 장면에 힘을 썼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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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
‘감독관’은 스토리와 게임 메카닉스의 양면에서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우선 ‘감독관’을 준비한 메카닉스 상의 이유는 ACT3이전에 나오는 적이 너무 약했던 것에 대한 반동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적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상쾌함을 플레이어에게 부여되었지만, 이윽고 단조로운 작업에 빠져 질려 버릴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악센트를 주는 마음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막강한 적’을 준비했어요.

한편 스토리상의 이유로는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번 떼어내기 위해 ‘감독관’이 필요했습니다.
초반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미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성숙한 관계를 시험하는 존재로서 압도적인 공포를 상징하는 ‘감독관’이 등장하는 것이군요. 그리고 무적이었던 주인공도 맞설 수 없는 감독관을 앞에 두고, 그동안 도움을 받을 입지에 있던 마리가 반대로 주인공을 돕습니다. 이로 인해 친밀해진 두 사람의 관계가 또 다른 것이 되는 그런 목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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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출시하자 말씀하신 것처럼 ‘감독관’의 악평이 날아왔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ACT3까지는 “적을 쓰러뜨린다 → 로프로 잡아 발판으로 삼아 이동”이라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로프 액션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이해하기 쉬운 프로세스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독관’은 무적이기 때문에 애초에 로프로 잡을 수도 없고, 따라서 발판도 마련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어디에 로프를 던져야 할지 몰라 당황해 버립니다. 게다가 타임 리밋도 마련되어 있어 씬으로서도 절박감이 있는 장면이니까요. 초조함으로 인해 더욱 난이도가 올라가 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니, 플레이어에게 불쾌한 경험을 줘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조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이 고비에 다다르면 개발자들은 완전히 게임에 익숙해져서 ‘이 정도도 괜찮겠지’라며 극단적인 난이도를 간과하기 쉬워집니다. 그게 반성점이었죠.

사이토우:
넵넵, 완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독관’이 그토록 강력했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스토리가 인상 깊어진 것 같습니다. ‘감독관’은 부모와 자식의 이별의 상징이고요.

유 씨:
한국의 픽션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SANABI』 또한 가족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소중한 가족과 똑바로 작별을 하기 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리에게는 어느 타이밍에 부모부터 자립할 기회가 있었는데 타고난 압도적인 재능 때문에 그 이별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별’을 마지막으로 이뤄냄으로써 『SANABI』 의 이야기는 완성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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編集部
「Indie Intelligence Network」とは『NEEDY GIRL OVERDOSE』『Touhou Luna Nights』などを手がけたインディーゲームレーベル「WSS playground」代表の斉藤大地が、noteで2000人の購読者を集めたゲーム批評媒体「ゲームゼミ」主宰のJiniと共に、インディーゲーム制作に役立つ知見=Intelligenceを獲得するべく100%自腹で世界各地を取材して回る、次世代のゲームジャーナリズム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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