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서비스 시작 3주년을 맞이한 NEXON Games의 ‘블루 아카이브 -Blue Archive-‘는 2024년2월 Sensor Tower에 의하면 세계 총매출 5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4월에는 TV 애니메이션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의 방영도 시작되어 팬층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블루아카’의 매력으로 팬들이 하나같이 꼽는 것은 훌륭한 스토리 경험일 것이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 묘사,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 가끔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게임을 창조하는 건 어떤 사람들 일까? 어떠한 프로세스나 협력이 저 맑고 투명한 세계를 짜내고 있는 것인가? 시나리오, 캐릭터, BGM 각각의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있던 어느 날, 우리는 Indie Intelligence Network 취재팀이 서울에 있는 NEXON Games본사에서 ‘블루아카’ 제작팀을 가장 잘 아는 한 인물을 인터뷰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 인물은 ‘블루 아카이브 -Blue Archive-‘의 시나리오 디렉터이자 원안자인 isakusan, 즉 양 주영 씨다.
皆さんがいらっしゃったので、 一緒に話を作っていくことができました。 感謝いたします.
— isakusan (@isakusan1) March 11, 2023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pic.twitter.com/3GL6YZhFhe
사실, 한국 최고게임 개발 회사인 NEXON Games 취재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양 씨에 대한 취재는 게임 미디어로서 일본 최초로, 매우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블루아카’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블루아카’의 내용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에서의 이야기 구성에 대한 매우 지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니, ‘블루아카’ 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팬들이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듣는이・편집・기획 / Jini
듣는이 / 사이토우 다이치
글쓴이 / 치바 슈
사진 / 이요다 아키히코
한국어 번역 / 아마노
본 기획은 「NEEDY GIRL OVERDOSE」 「Touhou Luna Nights」등을 프로듀싱 한 인디 게임 레이블 「WSS playground」대표의 사이토우 다이치가, note에서 2,000명의 구독자를 모은 게임 비평 매체 「게임 세미나」를 주최하는 Jini와 함께, 인디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되는 지견=Intelligence를 획득하기 위해 100% 포켓 머니로 세계 각지를 취재해 도는, 차세대의 게임 저널리즘 「Indie Intelligence Network」의 일부입니다. 기사는 여기 ‘전패미니코게이머 (전격 + 패미통/파미쯔 + 니코니코 + 4Gamer)’ 외에 영어, 중국어 매체에도 동시 번역되어 게재될 예정입니다.
따옴표: 다음 내용은 ‘블루 아카이브’ “최종편”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24년 4월에 실시하였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기둥, 양 씨의 정체
양 씨:
NEXON Games MX 스튜디오에서 ‘블루 아카이브’ (이하 ‘블루아카’)의 메인 시나리오 작가를 담당하고 있는 양 주영(isakusan)입니다. ‘블루아카’의 시나리오, 세계관, 설정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함으로는 IP실의 실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IP실은 말 그대로 IP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전체를 부감하는 위치에서 프로듀서, 아트 디렉터, 게임 디렉터 등의 각 부서장들과 상의하면서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일관성을 맞추고, 회사의 정책과 조율해 나가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 들어오기까지의 경력을 알려주세요.
양 씨:
어린 시절에는 만화가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만화만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15세 무렵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소설로 전향했습니다. 20세 무렵에 판타지 소설로 상업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점차 순수 문학 쪽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일본의 아쿠타가와 상에 해당하는 이상 문학상이 있는데, 그 수상자인 김연수 님이나 김훈 님과 같은 현대 한국 작가들이 저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학 진학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 창작학과를 선택하여 순수 문학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20대 후반에 게임 개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한동안은 비주얼 노벨 분야에서 동인 활동에 열중하여 ‘CROCINTHUS(크로세인더스)’ 등을 개발했습니다 ── 초기 작품을 알려드리는 건 조금 부끄럽네요 (웃음). 이후 2013년에는 ‘큐라레: 마법 도서관’를 맡게 되었고, 그게 운영형 게임의 첫 작업이 되었습니다.
──만화, 소설,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 도전해 오셨네요.
양 씨:
순전히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문학을 할 때는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수많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여 세계와 나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세계는 해석될 수 없는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수수께끼에 접촉해 보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 제 곁에 있던 수단이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문학으로 향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소설을 쓰면 쓸수록 점점 더 막다른 길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굴레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문학의 경력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선택은 옳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학에서 떠난다고 해서 그때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나름대로 질문을 계속하고 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블루아카’의 스토리에서도 철학적인 물음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그것은 양 씨가 문학을 집필했던 경험이 반영된 것일까요?
양 씨:
저는 회사에 소속된 입장입니다. 회사의 소유물을 제 개인의 철학적 사색을 위해 이용하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만약 테마 같은 것이 보인다면, 그것은 저라는 창작자가 어떤 작품을 만들 때 불가항력적으로 새겨지는 지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전제하자면, ‘블루아카’는 오타쿠 문화적인 엔터테인먼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창조한 것인 이상, 상품으로서의 재미 외에도 어느 정도의 흔적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상품으로서의 재미 이외의 부분이란 무엇인가요?
양 씨:
재미 이외의 감정이 남는 부분, 즉 인생에 대한 질문입니다.
다만, 그런 ‘깊은’ 부분도 엔터테인먼트성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재미있어야 담긴 질문도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으며, 직업윤리로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아트북인 ‘블루아카 오피셜 아트웍스’에서 본인이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일본의 라이트 노벨과 만화를 언급하셨습니다. 이러한 작품들과는 언제,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양 씨:
처음 읽은 라이트 노벨은 ‘풀 메탈 패닉’(가토우 쇼우지)였습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라이트 노벨이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매우 신박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읽어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특히 문장이 좋습니다. 가토우 선생님의 문장은 간결하고 명료하면서도 사물의 핵심을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2004년 무렵에는 코단샤(講談社)와 계약을 맺은 학산문화사를 통해 ‘메피스토’나 ‘파우스트’와 같은 작품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마이조우 오우타로우, 오츠이치, 니시오 이신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군요. 엔터테인먼트성을 유지하면서 그 깊숙한 곳에 문학성을 담는다는 것은, 당시의 라이트 노벨이나 ‘메피스토’ 같은 2000년대 문예지의 흐름을 연상케 합니다.
블루 아카이브는 “플롯”의 게임이다
── 여기서부터는 양 씨가 어떻게NEXON Games팀 과 함께 ‘블루아카’를 만들어가는지, 특히 이 작품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체험의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먼저, 이 작품은 방대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와 같은 어드벤처 게임은 최대 수십 자만 표시할 수 있는 텍스트 상자로 출력됩니다. 이 점은, 다이렉트하게 문자가 출력되는 소설을 집필하시던 양 씨에게는 큰 변화일 텐데, ‘블루아카’는 텍스트 상자의 표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양 씨:
제가 생각하기에,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은 문장의 아름다움입니다.
예를 들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이야기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문장은 도연히 매우 아름답습니다.
저는 그런 문장의 아름다움을 경쟁하는 세계에서 낙오된 인간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 산업, 즉 플롯의 세계로 망명하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사건이 일어나며, 엔딩에 이르는 세계는 영화나 만화와 같은 매체에 가깝습니다.
한편, 소설의 약점은 ‘번역’하면 그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한국어 소설을 일본인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번역을 하더라도 원문이 가진 아름다움의 30%나 40% 정도밖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요즘의 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수출을 전제로 만들어지지만, ‘번역’이라는 점에서 문학은 큰 불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과 약점을 감안하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한 ‘블루아카’에서는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플롯의 효율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삼인칭적인 설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움직임과 대화만으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 노하우는 전작인 ‘큐라레: 마법 도서관’에서 쌓은 것을 계승한 것입니다.
텍스트 양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텍스트 상자에 한 번에 표시되는 글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물론,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일정 분량이 필요하지만요.
사이토우:
‘블루아카’ 팀의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플롯의 추진력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 놀라게 됩니다. 플롯 외의 것, 예를 들면 헤일로 등의 설정이나 세계관 설명은 암시뿐이거나 후반으로 미루어지죠. 우선순위를 두신 건가요?
양 씨:
말씀하신 대로, ‘블루아카’의 시나리오는 플롯 외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설정 등의 설명을 의도적으로 생략함으로 플레이어가 궁금증을 느끼게 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플롯에 집중했습니다. 설정이든 이야기든, 캐릭터들이 모든 것을 움직여야 합니다.
작극의 방식에 따르면, “제복을 입은 미소녀 캐릭터가 총을 휴대하고 있는” 명백히 특수한 세계에 대한 설명을 처음에 해야 했겠죠.
하지만 저는 그 설명을 생략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때 참고한 것이 ‘걸즈 & 판처’였습니다. 그 작품에서도 여고생들이 “전차도(戦車道)”라는 스포츠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해 실은 전차에 특수한 카본 코팅이 되어 있다는 세부 설정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이야기 속에서 단편적으로만 언급됩니다.
설정은 이야기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연결하는 바느질 실과 같아야 합니다.
── 말씀을 듣고 보니, ‘블루아카’의 시나리오는 거의 캐릭터 간의 대화로 진행되네요. 이 대화를 재미있고 드라마틱 하게 만들기 위해 팀에서 무엇을 신경 쓰고 있나요?
양 씨:
저는 개인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같은 대화를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그의 대사는 플롯이나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죠. 대화란 본래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블루아카’는 문학도 아니고, 타란티노 영화도 아닙니다. 결국 정보량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대화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결국 코스트의 문제입니다. 어드벤처 게임은 액션의 연속으로 진행되는 영화와는 다른 논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